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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고나서

살고 싶다는 농담

by 파푸리카(papu) 2020.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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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이라는 사람을 봤을 땐 날카로운 듯한 느낌이 강했었는데 큰 병을 앓고 난 후 많이 너그러워지고 관용적인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

(페이지는 이북기준입니다.)

14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행복이라는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나가는 어떤 것일 테다.

19 삶이란 버티어내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50 만약 당신이 살기로 결정한다면, 천장과 바닥 사이의 삶을 감당하고 살아내기로 결정한다면, 더 이상 천장에 맺힌 피해의식과 바닥에 깔린 현실이 전과 같은 무게로 당신을 짓누르거나 억누르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국에 ‘존버’라는 말이 가장 탁월한 방법이 아닐까? 위의 말들이 우리가 왜 버텨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도무지 다른 방도가 없기 떄문에...

60 요컨대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65 인생은 대개 꼴사납고 남부끄러운 일의 연속이다.

76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나와 내 주변의 결점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태도는 반드시 삶에서 빛을 발한다. 그걸 할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삶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더 집착하게 되고 자기연민에 빠진다. 누구나 가지지 못한 어떠한 것이 있다. 좀 그러면 어떤가? 완벽한 인생은 없다. 나의 허술한 부분을 받아들이면 덜 집착하게 된다.

133 나는 남을 평가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평가받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영혼을 파괴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중략) 더 이상 삶을 소음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바꿀 수 있는 작은 걸 떠올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제 나는 다음 책을 비롯한 사사로운 작업들과, 가난한 청년들이 나와 같은 이십 대를 보내지 않도록 만드는 일에만 집중한다. 다른 일에는 큰 관심이 없다.

허지웅의 달라진 마음가짐이 돋보이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만으로도 많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됬을거다.

151 자기 삶이 애틋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이 오해받는다고 생각한다.

179 진짜 문제는 그렇게 삶이 알려준 값비싼 교훈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바닥을 찍고 고비를 지나 안정을 되찾게 되면 우리는 매번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237 한국만큼 청년의 치기 어림이 쉽게 공격당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만큼 청년의 시행착오가 용서받지 못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만큼 청년이라는 말이 염가로 거래되는 나라는 없다. 밥벌이를 하며 살아남아 세상을 바꿀 주체가 되려면 끝까지 버텨야 한다. 그러니까 가면을 써라.

오만에 빠지지 않으려면 바닥을 찍던 시절을 잊지 말아야한다. 훗날 나의 청년시절을 생각하며 다음 청년들에게 해로운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269 착한 피해자도 나쁜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나쁜 피해자를 논하는 자들의 대척점에 착한 피해자를 논하는 자들이 서 있다고 착각한다. 언뜻 피해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니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렇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278 불행이란 설국열차 머리칸의 악당들이 아니라 열차 밖에 늘 내리고 있는 눈과 같은 것이다. 치명적이지만 언제나 함께할 수밖에 없다.

283 과거는 변수일 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불행을 다스린다면, 그리고 그걸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이 얼마든지 불행을 동기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불행과 공존하되, 그 불행에 빠지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는 것, 그럼으로써 언제든지 불행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있을것, 때문에 남의 불행을 보고 손가락질하거나 모른척하지 않을것.
이 책을 읽으며 청년으로써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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